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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러들이 경험한 “정 많은 캐나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by maxee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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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흔히 외국에 나가면 다들 차갑고 개인주의적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예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먼저 도와주고, 서툰 나에게 웃으며 기다려주던 사람들이 있었죠. 이 글은 캐나다에서 워홀 생활을 하며 내가 직접 겪은, 그리고 내 주변 워홀러들이 경험한 “정 많은 캐나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외국이라고 해서 다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 순간들을 공유합니다.

말이 서툰 나를 끝까지 기다려준 카페 손님

워홀을 시작하고 처음 일한 곳은 다운타운에 있는 작은 로컬 카페였다. 첫날부터 주문 받기, 계산, 라떼 만들기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영어로 주문을 받는 건 더더욱 긴장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중년 여성 고객이 들어와 라떼를 주문했는데, 나는 제대로 못 알아듣고 몇 번이나 “Sorry?”를 반복했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당황한 내 눈빛을 그분도 느꼈는지,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No worries, take your time”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천천히 단어를 반복해줬다. 심지어 주문 끝난 후엔 “You’re doing great. First week?”라고 물어봐 줬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고, 그날 처음으로 ‘나 여기서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친절한 사람은 많지만, 외국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그런 따뜻한 응원을 들으니 가슴이 울컥했다. 이 일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내 기억 속에 가장 따뜻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우연히 만난 이웃이 건넨 ‘당신 괜찮아요?’ 한마디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캐나다는 동네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어느 비 오는 날, 나는 장을 보고 돌아오다 우산을 안 가져온 걸 깨닫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후드도 없이 젖은 채 걷고 있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마당에서 나를 보고는 다가와 “Do you need an umbrella? I have an extra one”이라고 말했다. 순간 울컥했다. 모르는 이웃에게 우산을 빌려준다는 건, 한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니까. 정중히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웃으며 비닐이라도 덮으라고 큰 쇼핑백을 건넸다. 또 다른 날엔 쓰레기 분리수거 날짜를 몰라 헤매고 있던 나에게, 지나가던 캐나다 아저씨가 “That goes out on Friday. First time here?”라며 웃으며 알려준 적도 있다. 캐나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계산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지만, 필요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다. 그것이 진짜 정이라는 걸, 이곳에서 배웠다.

친구는 아니었지만 ‘친절한 캐나다인’이 남긴 흔적들

워홀 생활 중 누군가와 특별히 친해지지 않더라도, 잠깐의 만남에서 오래 남는 인연이 생긴다. 내가 일했던 카페에 매주 같은 시간에 오는 단골 할아버지가 있었다. 항상 “Hi, how are you today?”로 인사를 시작하고, 계산할 땐 “Keep the change”라며 1~2달러를 꼭 놓고 갔다. 말이 많진 않았지만, 어느 날 내가 감기 기운이 있어 보여서였는지 “You look tired. Get some rest after work”라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 번은 지하철에서 내 카드가 오류로 안 찍혔을 때, 뒤에 있던 젊은 남자가 말도 없이 자기가 대신 찍어주고는 “Have a good day!”라고 웃으며 가버렸다. 그 사람과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지만 지금도 그 순간은 또렷하다. 큰 도움이 아니어도, 진심이 느껴지는 친절은 오래 기억된다. 나는 아직 그들과 친구는 아니지만, 그들의 정은 지금도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

 

 

외국은 차갑고 개인주의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캐나다에서 하루하루 무너졌다. 말이 안 통해도, 내가 느린 사람이어도, 그들은 기다려주고 웃어주고 응원해줬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웃음을 지어줬다. 한국보다도 따뜻하다고 느낀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캐나다 사람들의 정은 조용하고 담백하지만, 아주 깊고 오래 남는다. 지금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워홀러라면, 오늘 하루 한 번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인사해보자. “Hi”라는 짧은 한마디가 당신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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